[0214] 잠드는 설원

W. 점장 / 세카제작: 레몬찌개님

배경

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, 당신은 이번 임무에서 사경을 해메이고 있습니다. 혹한을 닮은 추위는 생명에게 관대하지 않았고, 마치 괴물과 같은 생명체들은 그 힘이 압도적입니다. 세상은 우리를 외면했고, 가파른 설산에는 변변찮은 식사거리조차 없습니다. 당장 오늘내일 숨이 끊어진들 누구도 알지 못하는 변방에서, 당신은 쓸쓸히 죽어갈 것입니다.

그럼에도 불구하고, 이 모든 고통은 당신이 각오한 일이 아닙니까. 지켜야 할 사람들 대신 추위와 맞서기를 자처하고, 막중한 임무를 짊어지기로 하셨잖습니까. 당신에게 부여된 임무는 마쳤지만, 현재 상황은 레인저인 당신에게마저 가혹한 조난 상태입니다. 그렇기에 또 다른 임무. 무사히 복귀하기로 한 약속은, 아무래도 지키기 힘들 것 같습니다.

 

레인저. 위험 지대를 순찰하며, 위협을 조기에 감지하여 본대에 알리는 역할을 맡은 자. 가장 위험한 경계를 감시하며 너른 곳을 홀로 떠돌아다니는 관리자. 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되 결코 헤매이지 않는 방랑자.

 

인물

등을 맞댄 동료

필체: 좋음 / 문장력: 나쁨 / 감정: 보통

 

당신에게는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가 있었군요. 그와는 절친한 친우 사이였는지, 매번 경쟁하거나 대립하면서도 뗄레야 뗄 수 없는 전우였는지. 그라면, 당신이 어떠한 필체로 글을 쓰고 어떤 단어를 적어내려가든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요.

 

서신 규칙

필체 판정 주사위값 -1 / 감정 판정에 주사위값 +1

고상한 단어는 정제된 단어로, 천박한 단어는 감정적인 단어로 대체합니다.

 

판정

	미사여구	정제된 단어	감정적인 단어	필체	점수
1문단	O	설원		실패	2점
2문단	O	돌아오지 못한다면		실패	2점
3문단	O		부디, 제발	성공	-1점
4문단	O		죽는 광경	실패	-2점
5문단	O	부탁하고자 하는 (스킬: 영감 사용)		실패	2점

 

 

편지

친애하는 제이크에게 갑자기 웬 편지냐고 의아해하겠지. 네 이름 앞에 붙은 '친애하는'을 두고 경악할 표정이 눈 앞에 선해. 뭐, 가끔 이런 날도 있는 거 아니겠어? 그러니까 그만 놀라고 계속 읽기나 해. 편지를 쓰는 지금도 늘 그렇듯 고요한 설원이야. 눈이 펑펑 내리고 추위에 손이 얼어붙지. 필체가 엉망이여도 너라면 어련히 알아보리라 믿어. 그 때 기억나? 처음으로 동료의 장례식에 갔던 날. 너 그날 술도 못하면서 몸 하나 못 가뉠 정도로 술을 마셨잖아. 눈물콧물 질질 흘려가며 나한테 얘기했지. 제발 죽지말라고, 위험해지면 임무고 뭐고 도망치라고 말이야. 비록 그 말에 감동 받기도 전에 네가 내 옷에 토를 했지만, 난 종종 네 말을 생각했어. 임무를 두고 도망치라니, 분명 너니까 할 수 있는 말이지. 그래, 나는 그러지 못한다는 뜻이야. 설령 내가 두번 다시 너와 잔을 맞댈 수 없더라도, 두번 다시 모두에게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, 나는 도망치지 않아. 아니, 못해. 그러니 미안하지만 부디 나를 이해해주겠어? 네가 지난달 다른 구역으로 발령 났을 때 아쉬워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참 다행이야. 내가 얼어죽는 광경을 네가 보는 일은 피했으니. 이 편지를 받을 쯤이면 내 시체는 눈 아래 파묻히거나 운이 좋다면, 적당히 수습해서 관에 들어가겠지. 어느쪽이든 네가 나를 보는 일은 없기를 바래. 네가 눈물콧물 질질 흘려도 닦아줄 수 없거든. 아, 토도 마찬가지고. 슬슬 편지를 끝마쳐야겠어. 이 이상 쓰다간 너라도 내 글씨를 알아볼 수 없을 지경이야. 친애하는 제이크, 내가 유일하게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. 마지막으로 부탁하고자 하니, 부디 내 죽음만큼은 떠맡지 말기를. 이것은 오로지 나의 선택이며, 한 치의 후회도 없어.

 

 

결과

4점 이하

 

날 것의 감정과 덧없는 삶, 그리고 절망을 담은 편지가 완성되었습니다. 당신의 편지가 누구에게도 닿지 않으리라는 것을 다행이라 여겨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. 괜찮습니다. 여기에 당신을 탓할 사람은 누구도 없고, 당신의 불명예로 남겨지지도 않을 것입니다.

눈 앞이 서서히 흐려지고, 지독한 졸음이 몰려오네요. 이만 편안한 잠에 들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