[0913] 절 두고 가지 말아주세요, 아가씨!
개요
거의 평생을 바쳐 모신 아가씨. 아가씨를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보낸 세월이 벌써 몇 년인지 모르겠습니다. 그런 아가씨가 내일이면 여기를 떠납니다. 복잡한 감정이 가득합니다. 지난 세월 동안 숨겼던 마음을 마지막에 마지막이 되어서야 겨우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은데…. 하지만 이 마음을 차마 말로 전하지는 못하겠습니다. 당신은 아가씨를 위해 편지를 쓰기로 합니다. 모두가 잠들었을 밤, 남몰래 아가씨의 머리맡에 편지를 둘 계획입니다. 마음을 전할 마지막 기회입니다.
인물
기사
필체: 보통 / 문장력: 나쁨 / 감정: 좋음
호위 기사인 경우 기사, 메이드인 경우 가신을 선택하는 것을 추천하지만, 캐릭터의 특성에 따라 다른 캐릭터를 선택하는 것도 가능합니다. 가정교사를 겸한다면 학자가 될 수도 있겠죠.
서신 규칙
· 당신은 아가씨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. 아가씨가 좋아할 법한 말도 잘 알고 있죠. 아가씨가 받았던 편지를 읽어주며 좋아하는 걸 옆에서 지켜봤으니까요. 문장력 판정 시 주사위를 하나 더합니다.
· 여태까지 쌓아왔던 감정이 둑이 터진 듯 북받쳐 오릅니다. 감정 판정 시 주사위를 하나 더합니다.
· 당신은 여태까지 편지를 써본 적이 별로 없습니다. 아가씨가 읽어왔던 편지보다 삐뚤빼뚤한 글씨체일지도 모르겠어요. 필체 판정 시 주사위 중 가장 높게 나온 주사위를 다시 굴린 후 둘 중 낮은 결과를 사용합니다.
판정
미사여구 | 고상한 단어 | 천박한 단어 | 필체 | 점수 | |
1문단 | O | 할 말 | 실패 | -1점 | |
2문단 | O | 지난 세월 동안 | 실패 | 3점 | |
3문단 | O | 몰래 | 실패 | -1점 | |
4문단 | X | 보고싶어 | 실패 | 0점 | |
5문단 | O |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. (스킬: 영감 사용) |
실패 | 3점 |
친애하는 아가씨에게
안녕하십니까, 아가씨. 기사 올리버입니다. 머리맡에 편지를 놓아둔게 저란 사실에 조금은 놀라셨을까요? 지금은 저녁이지만 오늘 하루 날씨가 화창했습니다. 덕분에 내일도 무사히 길을 떠날 수 있을거라 집사장님이 말씀하시더군요. 저는 오늘 훈련을 마무리하고 편지를 쓰는 중입니다. ……생전 안잡아본 펜을 잡으려니 무슨 얘기부터 적어야할지 모르겠습니다. 일전에 배운 서신 예절로는 첫문장에 인삿말을 쓰고 날씨 얘기를 한 다음, 신변잡기를 하다가 본론으로 들어가라 하던데… 편지는 제게 너무나 어렵군요. 여기까지 읽으셨다면 그러게 왜 답지않게 편지를 쓰냐며 웃고 계시겠죠. 반드시 할 말이 있으나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어 펜을 들었다고 한다면, 그 웃음이 멈춰버릴겁니까?
지금이라도 편지를 찢어주십시오. 그럼에도 이 편지를 읽어주신다면, 기사의 맹세를 바친 지난 세월 동안의 시간을 저버린 저를 용서해주십시오.
열일곱 생신 연회날, 테라스에서 제 어설픈 스텝을 보며 웃는 얼굴을 마주한 순간에 맹세는 부서졌습니다. 쥐도 새도 모르게 몰래 숨길 수 있으리라 믿었는데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. 자만한 결과입니다. 많은 걸 바라지 않은 마음이라 생각했것만, 제 주제도 모르고 바램이 생겼습니다. 옆에 서는 것을 원하는 게 아닙니다. 이미 그 자리엔 정당한 주인이 있다는 걸 알고있습니다. 저는… 지금처럼 곁에만 아니, 아가씨의 뒤에만이라도 있게 해주세요. 감히 닿길 바라지 않습니다. 전처럼 제게 웃어주지 않으셔도, 저를 경멸하셔도 좋습니다. 그저… 눈에만 담을 수 있게해주세요. 영원히 드레스의 끝자락만 바라봐도 제 행복이 될테니 제발……. 저를 두고 가지 말아주세요.
편지를 쓰는 이 순간마저도 사무치게 보고싶어요. 두렵습니다. 이곳에 아가씨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… 너무나도 두려워요. 비록 맹세는 부서졌을지 언정 이전에도 이후에도 제 검은 오로지 아가씨만이 휘두룰 수 있습니다. 얼마든지, 무엇이든 베어내겠습니다. 그것이 검을 더럽히는 일이라도, 제 심장을 찌르는 일이여도 달게 받아들이겠습니다. 당신의 검이잖아요. 쓸모를 다해 더 이상 필요치 않다면 버리지 말고 차라리 부러뜨리십시오. 아가씨의 기사로써 숨이 끊어지는 것만이 제게 안식을 줄테니…….
이 편지를 마지막으로 두번 다신 말하지 않겠습니다. 주제 넘치는 감정을 갈무리 하지 못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. 제 부탁을 들어주신다면 하인을 시켜 방문을 다섯번 두들기라 명하시고 그렇지 않다면 이 편지를 떠나기 전날의 악몽으로 기억해주세요. 아직 아가씨는 잠에 들었고 편지를 찢는 순간 꿈에서 깨어나는 겁니다. 악몽을 꾸게 한 것에 대해 부족한 사과의 말씀을 올리며, 부디 행복한 여행길이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.
4점 이하
당신은 다 쓴 편지를 읽어봅니다. 이 편지는… 아가씨에게 도저히 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. 보냈다간 아가씨와의 사이가 완전히 엉망진창이 될 것 같아요. 어쩌면 쫓겨날지도 모르겠습니다.
당신은 눈물을 머금고 편지를 불태워 없앱니다. 아가씨, 가지 마세요…. 속으로만 되뇌어 봅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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